물당기기놀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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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목 ID GC80001905
영어공식명칭 Muldanggigi Play
분야 생활·민속/민속
유형 놀이/놀이
지역 울산광역시 북구 무룡동
시대 현대/현대
집필자 정상태
[정의]
울산광역시 북구 무룡동에서 공동 우물을 파거나 가물어서 우물이 마르면 성수를 당겨온다는 놀이.

[개설]
물당기기놀이는 생활용수가 부족했던 울산광역시 북구 무룡동 달골[달곡]마을의 새로 판 우물에서 깨끗한 물이 마르지 않고 계속 솟기를 기원하고, 또 물갈이를 한 공동 우물에서 지속적으로 양질의 물이 솟아날 것을 염원하는 전통적인 의식놀이이다. 전통 사회에서 신성한 물을 안정적으로 확보하는 것은 매우 중요한 일이다. 깨끗한 물은 바로 생명수이기 때문이다. 물은 인간에게 절대적인 요소로 없으면 생명을 부지할 수 없다. 따라서 예부터 물을 신성시해 왔고 성수(聖水)로서의 개념으로 식수를 소중하게 다루어 왔다. 이러다보니 정갈한 물을 얻기 위한 의식이 따랐고, 이에 따른 전통적 민속이 이어지고 있다. 물당기기놀이도 이에 편승해 파생되었다고 할 수 있다. 무룡산[울산의 진산(鎭山)]에 있는 달골마을에서 전해 내려오는 물당기기놀이는 다른 지방에서는 유례를 찾을 수 없는 독특한 놀이 문화이다. 우물에 대한 성수 의식은 더러 있어도 이를 놀이화해서 공동체적 의식으로 승화된 놀이는 북구 무룡동 달골마을물당기기놀이가 유일한 것이다.

[연원]
물당기기놀이의 진원지는 무룡산 줄기에 위치한 달골마을이다. 달골 윗마을에 마을 공동 우물이 있는데, 여기에서 물당기기놀이가 행해졌다. 1950년대까지 마을의 공동 우물에서 정월 대보름날을 기하여 동제(洞祭)를 마치고[달골에서는 해가 뜰 무렵에 동제를 지냄] 마을 사람들이 모두 모여 물당기기에 필요한 물줄을 엮고, 줄에 물병과 솔잎을 단 후에 남녀노소가 함께 어깨에 메고 무룡산 줄기의 계곡에 있는 복해용소(龍所)로 간다. 여기에서 산신제를 지내고 용소의 신성한 물을 물병에 담아 일렬로 늘어서 어깨에 메고 「물당기기노래」를 부르며 공동 우물에 물병의 물을 붓는 의식을 치른다. 올해도 끊임없이 신성한 물이 샘솟기를 기원하며 한바탕 놀음을 한다.

물당기기가 언제부터 행해졌는지는 명확하지 않으나 그 근원을 무룡산과 연관시켜 보면 적어도 무룡산 줄기에 마을이 형성된 시기일 것이다. 무룡산 줄기 일대에 물당기기가 성행한 것은 무룡산이 울산 고을의 진산이라는 의미와 연관 지을 수 있다. 무룡산이 고을을 지켜 온 수호산이었기에 고을 주민들이 신성시한 것은 당연하다. 가뭄이 들면 무룡산에 비가 오기를 빌었고, 우물을 새로 파거나 물갈이할 때면 무룡산의 용신에게 양질의 물이 풍부하기를 빌어 왔다. 물당기기의 노랫말인 “여루여루 들건산 무룡산신을 울리자”에서 이러한 사실이 확인된다. 이는 무룡산 신에게 먼저 배알하고 물당기기를 진행하고자 함이다.

『동국여지승람(東國輿地勝覽)』, 『문헌비고(文獻備考)』, 『울산부읍지(蔚山府邑誌)』 등의 옛 문헌에 무룡산의 옛 이름은 ‘무리룡산(舞里龍山)’이라 했다. 무리의 합성어는 ‘물’이며, 물의 연장음은 ‘무리’이다. 따라서 무리룡산은 ‘물룡산’으로, 이는 주룡산(主龍山)에 ‘물’을 빌던 산이 된다. 이를 뒷받침하는 것은 지금도 무룡산 아래 서편 계곡의 버든을 ‘무리버든’이라 부르고 있다. 무룡산은 또 용의 전설을 지닌 산으로 용은 물과 불가분의 관계로 비를 몰고 오는 영물로 여기고 있는 까닭에 신성한 물을 제공하는 산으로 믿어 왔다. 그래서 무룡산 주변에서 솟아나는 물을 성수로 여겨 왔다. 무룡산 줄기의 신성한 물을 생활의 식수로 이용되는 우물에 끌어들이려는 욕망은 전통 사회에 있어서 자연스러운 생각이었다.

[놀이 도구 및 장소]
놀이 도구는 우물틀, 물줄[왼새끼로 꼬아 만든 굵은 줄], 물병 다수, 물동이, 바가지 다수이다. 장소는 달골마을 일원[우물과 복해용소]이다.

[놀이 방법]
정월 대보름 해 뜰 무렵, 마을의 동제가 끝나고 음복을 마친 다음 준비한 물병을 단 물줄을 메고 마을 위쪽 계곡인 복해용소에 오른다. 용소에서 산신제를 지내고 10여 개의 물병에 용소의 물을 조심스레 담고는 물줄에 매달아 어깨에 메고 물당기기를 한다. 여기에는 예닐곱 어린아이에서부터 칠순 넘은 노인에 이르기까지 마을 사람 모두가 참여한다. 물당기는 과정에서 쉬엄쉬엄 「물당기기노래」를 부르며, 마을 우물에 도착해 물당기기 의식을 치른다. 물줄에 매달린 물병에 담긴 용소의 신성한 물을 조심스레 우물에 붓는 의식은 가히 성스러운 의식이다. 경건한 마음으로 마을의 태평과 우물물의 영원한 생명수가 솟아나 마을민의 건강과 장수를 염원한다. 등장인물은 다음과 같다.

제주[제의를 주도하며 물당기기 전반을 지휘함] 1명, 앞잽이[물당기기를 주도함] 1명, 뒷잽이[물줄을 보살피며 흥을 돋움] 3명, 그리고 다수의 물줄꾼[물줄을 이끔], 물줄보조꾼[물줄꾼을 도우며 분위기 조성함], 물병 보조사[물병을 관리하고 부정을 차단함], 아낙들[물동이를 관리함], 새미꾼 남녀[우물의 물갈이를 하고 부정을 막음], 풍물꾼, 기타 어린이들, 강아지 두세 마리 등이다.



1. 첫째 마당: 물당기기 기원 제의

용소에 금줄을 치고 마을 사람들이 제의에 참여하기 위해 복해용소에 둘러선다. 풍악꾼들은 연신 풍악을 울리며 분위기를 고조시킨다. 물줄을 취급하는 물줄꾼들은 왕솔잎과 물병이 달린 줄을 조심스레 용소 가까이 둘러친다. 이전에 물줄꾼들은 용소 주변을 풍악에 맞추어 서너 바퀴를 돈다. 이윽고 제주가 제사 채비를 하면 풍악이 그치고 제관들은 앞쪽에 서서 옷매무새를 추스른다. 제주가 술잔을 올리며 재배하면 분위기는 경건해진다. 마을 주민 모두가 함께 재배하고 축문을 독송한다. 축문이 끝나면 제주는 용소물을 한 그릇 떠서 사방에 ‘고시레’ 하고 무룡산을 향해 한 모금 길게 들이킨다. 그러면서 주문을 왼다. “무룡산에 산신령님 복해용소 용왕님요/ 내내 보살펴 올해도 성수를 내리소서…….”

주문이 멎으면 물줄꾼들은 물병을 제각기 들고 제주 앞으로 가서 제주가 떠 주는 용소물을 조심스레 물병에 담는다. 물이 담긴 물병을 물줄에 달고는 똬리를 틀듯이 안치한다. 풍악이 울리고 주민들은 어깨춤을 들썩인다. 솟대가 흔들리고 오색 천이 휘날린다. 음복을 마친 제관들은 마을 사람들에게 술잔을 권한다. 풍악꾼들이 용소에 읍소하고 윤무하니 물줄꾼들은 물병을 매단 물줄을 어깨에 메고 일렬로 늘어선다. 다시 풍악이 고조되면 앞잽이가 물줄 꼬투리를 허공에 돌리며 「물당기기노래」를 선창한다.

여루여루 들건산 무룡산신을 울리자/ 여루여루 용소에 용왕님을 울리자/ 은하수를 땡기고 천지수를 땡기자/ 복해용소 땡기고 무룡산물도 땡기자/ 용당골물도 땡기고 서당골물도 땡기자/ 진산의 산신님 무룡산의 산신님/ 이어주소 이어주소 새미물로 이어주소/ 이어주소 이어주소 새미물로 이어주소.

노래가 끝나면 물줄꾼이 움직이기 시작한다. 물줄꾼 중간중간에 선 여인네들이 물병을 얼싸안고 어깨춤을 춘다. 일행은 풍악 소리에 춤사위를 맞추며 달골샘으로 이동한다.



2. 둘째 마당: 물 이으기

남녀노소 모두 물줄에 매달린 채 우물 쪽으로 향한다. ‘이으자, 이으자’를 외치며 정렬을 하고는 풍악에 맞추어 「이으기노래」를 복창한다.

이으자 이으자 은하수를 이으자/ 이으자 이으자 천지수를 이으자/ 이으자 이으자 동해수를 이으자/ 이으자 이으자 천년수를 이으자/ 이으자 이으자 남해수를 이으자/ 이으자 이으자 만년수를 이으자/ 이으자 이으자 동천물을 이으자/ 이으자 이으자 서천물도 이으자/ 이으자 이으자 용당소물 이으자/ 이으자 이으자 물청치물을 이으자/ 이으자 이으자 백룡담물을 이으자/ 이으자 이으자 복해용소물 이으자.

물줄을 당기는 중에 산신이 노해서 물당기기를 더디게 한다. 앞으로 나아가던 물줄 일행이 정렬을 흩트리며 멈추어 서는 듯한다. 그러자 제주가 노잣돈을 주듯이 허공에 손을 흔들며 한바탕 돌고는 지폐를 물줄 꼬투리에 꽂아 준다. 앞잽이는 보란 듯이 엮은 돈을 흔들어 보이며 서서히 전진한다.

땡겨주소 끌어주소 물줄기를 땡겨주소/ [후렴: 이하 같음]이으자 이으자 새미물로 이으자/ 무룡산을 땡겨주소 동대산을 땡겨주소/ 냉천수를 땡겨주소 옥천수를 땡겨주소/ 청룡수를 땡겨주소 황룡수를 땡겨주소/ 감로수를 땡겨주소 진로수를 땡겨주소/ 생명수를 땡겨주소 불로수를 땡겨주소/ 부귀수를 땡겨주소 영화수를 땡겨주소/ 효자수를 땡겨주소 열녀수를 땡겨주소/ 태평수를 땡겨주소 풍년수를 땡겨주소.

「이으기노래」를 복창한 후 서서히 물줄은 우물에 도달한다. 이즈음 우물에 대기하던 아낙 다수가 물줄을 반기며 마중 나와 덩실덩실 춤을 춘다.



3. 셋째 마당: 달골새미 물붓기

우물에 당도한 물줄꾼들은 풍악을 울리며 우물을 중심으로 윤무하다가 솟대를 치켜세우고 우물노래를 제창한다. 아낙들은 물줄의 물병을 조심스레 풀고 한 병 한 병 가지런히 정리하고는 연신 두 손을 비비며 주문을 왼다. 물병의 물을 부우며, “용왕님요, 용왕님요 복해성수를 모셨심더 새물을 드릴테니 한해도 잘 살펴주이소”라고 한다. 제주는 우물물을 바가지로 조심스레 떠서 ‘고시레’ 하고는 한 모금 들이킨다. 이어 아낙들은 물동이에 물을 퍼 담고는 동이를 이고 끼리끼리 춤을 춘다. 나머지 물병의 물은 남정네가 채우면서 「우물노래」를 선창한다.

[선창]이새미를 채워주소 달골물로 채워주소/ [후창: 아낙들, 이하 같음]비나이다 비나이다 이새미에 비나이다/ 냉수청청 채워주소 옥수청청 채워주소/ 출렁출렁 채워주소 남실남실 채워주소/ 사시장철 채워주소 천년만년 넘쳐주소/ 생명수가 넘쳐주소 불로수가 넘쳐주소/ 천년새미도 여기로다 만년새미도 여기로다/ 감로수가 넘쳐나네 불로수가 넘쳐나네/ 부귀수가 넘쳐나네 영화수가 넘쳐나네/ 잡귀잡신 물러가고 천복만복 점지하소.

노래가 끝나면 일동은 우물에 배례하고 샘물이 넘치기를 기원한다. 이어 풍악이 고조되고 주변의 금줄이 걷히며 우물가에 모닥불을 지피고 오색 천을 펼치고는 한참을 펄럭이다 모닥불에 태운다. 물줄을 들고 둘러섰던 물줄꾼들이 똬리를 틀듯이 모으고는 물줄 꼬투리부터 서서히 태운다. 이후 한동안 신명나게 놀음 마당을 펼치고는 끝을 맺는다.

[생활 민속적 관련 사항]
물은 단순히 식수라는 개념 이전에 문화적 특성을 가지는 문화적 산물이기도 하다. 따라서 사회와 문화에 따라 물에 대해 생각하고 느끼는 것은 다양하다. 정수 신앙은 물에 대한 이러한 특수한 감정을 잘 포함하고 있다. 그저 생명의 보전을 위해 마시는 것만이 아니고 물에 대해 신령스러운 느낌을 갖고 있다. 하늘에 비를 비는 기우 의식에서부터 달골마을의 물당기기 의식에 이르기까지 여러 가지 종교적 의식 행위는 모두 물을 신성시하는 민간신앙과 깊은 관련이 있다.

물당기기놀이는 식수라는 생명수를 간수하기 위한 일상적 생활의 자연스러운 정신세계의 일면이다. 오랜 관습에서 전해지는 선인들의 민속적 정신문화가 뿌리 깊게 내재해 왔다. 물당기기에 있어 신성하고 더 깨끗한 물이 쏟아져 마을 사람들의 건강과 장수를 염원하는 마음이 놀이라는 형식으로 승화된 것은 마을에서 대대로 이어지기를 바라는 마음이 시간의 흐름에 따라 민속화된 것이라 할 수 있다. 상수도 시설로 물당기기의 우물이 폐쇄되고 있지만 할머니들은 조왕신을 위한 정화수 헌수는 여전히 우물물을 이용하고 있다. 그만큼 달골의 우물은 신이 내린 신성수로 여겨지고 있다.

[현황]
상수도 시설의 보급으로 달골마을에서의 우물 의식은 사라졌지만 여기에서 생성된 물당기기놀이는 1980년대에 재연되었다가 휴면하고 있다. 다행히 2016년과 2017년 국립민속박물관에서 달골마을을 중심으로 마을을 조사하는 과정에서 살림살이와 함께 마을 민속도 연구하여 물당기기놀이를 거론함으로써 마을 박물관 조성의 필요성을 상기시켜 주었고, 2017년 달곡마을박물관이 달곡마을복지회관 2층에 마련되었다. 이를 계기로 물당기기놀이에 대한 관심도 새삼 불러일으키고 있는데, 북구문화원에서 재연의 의지를 보이고 있다. 달골마을물당기기놀이처럼 단일 마을의 의식적 놀이 형태는 드물다. 또 마을 사람 모두의 공동체적 전통 문화가 여태껏 상기되는 것도 찾기 힘들다. 물당기기놀이는 다른 지역에서 찾을 수 없는 희소가치가 큰 놀이 문화이기에 울산의 자랑이라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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