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양불고기 전국의 입맛을 녹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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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목 ID GC80002464
영어공식명칭 Eonyang Bulgogi Is To Everyone's Taste
분야 정치·경제·사회/경제·산업
유형 개념 용어/개념 용어(기획)
지역 울산광역시 울주군 언양읍 동부리|서부리|남부리|어음리
시대 현대/현대
집필자 손진영
[울산을 대표하는 음식이 없다고?]
울산에 살다 보면 다른 지역의 지인들이 꼭 물어 오는 것이 있다. “울산에는 뭐가 맛있어?” 말문이 턱 막히는 질문이다. 춘천닭갈비, 전주비빔밥, 목포연포탕, 대구막창, 안동찜닭 등처럼 지역마다 그 지역을 대표하는 식문화가 있다. 울산은 산업으로 유명한 도시이지 음식으로 유명한 도시는 아니다. 그렇다 보니 대답이 단박에 떠오르지 않는다. 울산 토박이 중에는 울산을 대표하는 음식은 딱히 없다고 말하는 사람도 있다. ‘울산에만 있는 특별한 음식’, ‘누구나 맛있게 먹을 수 있는 음식’, ‘지역의 역사와 삶이 녹아 있는 음식’을 생각하다 보니 많은 음식 중 하나가 떠오른다. “언양불고기를 먹어봐.”

[언양불고기의 탄생과 유행]
우리나라에는 사람들이 고기를 굽고 반주를 걸치며 담소를 나누는 식문화가 일상에 자리 잡고 있다. 그래서 전국에 수많은 고깃집이 있다. 그러나 언양불고기는 도처에서 볼 수 있는 흔한 소고깃집 중 하나가 아니다. 언양불고기는 지역의 문화와 역사를 엿볼 수 있는 음식이다.

소고기는 과거나 현재나 값비싼 식재료이다. 일제강점기와 6.25전쟁을 겪고 난 서민들에게 소고기는 집안에 중대사가 있을 때나 맛볼 수 있는 귀한 존재였다. 예로부터 언양은 소를 키우기 좋은 환경 조건이어서 소를 키우는 농가가 많았다. 그나마 다른 지역보다는 소고기가 저렴하였지만 서민들에게 귀한 음식이기는 마찬가지였다. 그래서 언양 사람들은 소고기를 얇게 썰어 반찬으로 조금씩 먹는 방법을 택하였다. 고기를 아껴야 하니 최대한 얇게 썰어 간장, 설탕 등 양념에 재워 두고 반찬으로 조금씩 밥상에 올렸다. 언양불고기는 바로 이런 가정식에서 비롯되었다.

1960년대에 들어와 경부고속도로 건설이 시작되었다. 아울러 경부고속도로와 울산을 잇는 울산고속도로도 건설하기 시작하였다. 도로 건설을 위해 많은 노동자들이 언양에 들어 왔다. 언양에는 우시장과 도축장이 있어 도로 건설 노동자들이 고기를 사다가 드럼통에 석쇠를 올려 두고 소금을 뿌려 구워 먹었다. 고기가 맛있다고 입소문이 나면서 음식점들이 울산광역시 울주군 언양읍 남부리서부리에 들어서기 시작하였다. 집에서 먹던 언양불고기를 식당에서 반찬으로 내면서 언양불고기가 알려지기 시작하였다.

인터넷도 없던 시절에 급속도로 알려지게 된 것은 언양의 지리적 위치와 자수정 덕분이었다. 언양은 부산에서 서울, 경주, 울산 등 다른 지역으로 가는 길목에 위치해 있다. 특히 경주가 관광지로 유명해지면서 경주로 가는 관광객들이 언양불고기를 먹으러 많이 왔다. 아울러 언양 자수정이 유명해지면서 언양에도 관광객이 대거 몰려들기 시작하였다. 전국에서 모여든 관광객들이 언양불고기를 맛보고 소문을 내면서 전국적으로도 유명한 음식이 되었다.

언양불고기가 전국적으로 유명해지면서 1988년에는 향토 음식으로 지정되었다. 2006년에 울산광역시 울주군은 지역특화발전특구를 도입하여 언양과 봉계를 한우불고기 단지로 지정하였다. 지역특화발전특구는 지역의 특성에 맞는 규제 개혁을 통해 지역 경제 활성화와 지방의 자립화를 지원하는 제도이다. 울주군은 한우불고기의 이미지 제고, 판매 시설 환경 정비, 불고기 축제, 한우 종축 개량 등을 통해 언양·봉계한우불고기특구를 타 지역과 차별화하여 농축산물의 경쟁력을 확보함으로써 지역 경제 활성화에 기여할 수 있도록 운영하고 있다. 현재 언양·봉계한우불고기특구 내에서 언양·봉계식 한우불고기를 전문적으로 판매하는 업소는 언양 지역에 30개소가 있다. 이렇게 언양불고기에서 언양 사람들의 서민 음식 문화를 읽을 수 있을 뿐 아니라, 산업화와 함께 성장한 지역 음식의 역사를 엿볼 수 있다.

[언양불고기는 우리가 알고 있는 그 불고기가 아니다]
우리나라 사람에게 불고기는 음식 이상의 특별한 의미를 가지고 있다. 지금이야 불고기를 쉽게 접할 수 있고, 심지어 불고기가 기본 밑반찬으로 나오는 음식점도 있다. 하지만 과거 기억 속의 불고기는 어릴 적 생일상의 주인공이었고, 아버지가 상여금을 받던 날에 맛볼 수 있는 행복이었다. 불고기의 달콤하면서 짭조름한 맛은 단순한 미식을 넘어 추억을 공유하게 한다.

보통 불고기는 간장 양념에 쇠고기와 갖은 채소를 곁들이고 국물이 자박자박하게 있어 구이보다는 전골에 가깝다. 그런데 언양불고기는 우리가 알고 있는 불고기와 다른 모습을 하고 있다. 언양불고기는 국물이 없고 석쇠에 구어 너비아니나 떡갈비와 같은 형태를 하고 있어 불고기의 원형의 명맥을 잇고 있는 음식 중 하나라고 한다. 문헌에서 불고기가 최초로 등장하는 것은 1922년 4월 1일 『개벽』 제22호에 실린 현진건의 소설 「타락자」인데, 여기에서 불고기의 의미는 불에 구운 고기 덩어리인 것으로 보인다.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육수불고기의 등장 시점은 정확하게 알려진 바는 없다. 육수불고기는 형태로 봤을 때 일제강점기 때 일본의 스끼야끼, 즉 전골의 영향을 받은 것으로 추정된다. 전골 방식의 불고기가 성행한 것은 6.25전쟁 이후이다. 6.25전쟁을 거치면서 한우의 수가 급격히 줄어들어, 공급이 매우 부족하였다. 석쇠구이는 다른 부재료가 들어가지 않기 때문에 고기 자체의 질이 매우 중요하다. 하지만, 전골은 질이 떨어지는 고기를 이용하기에 유리할 뿐 아니라 각종 채소 등 부재료를 이용해서 양을 늘려 배불리 먹을 수 있었다. 그래서 석쇠구이 방식의 불고기보다는 전골 방식의 불고기가 한판을 시켜 가족들과 둘러앉아 먹기에 좋았다. 그렇게 해서 너비아니나 석쇠구이 형태의 불고기의 모습이 사라진 것으로 보인다. 그렇지만 언양불고기가 우리 고유의 석쇠구이 방식 불고기를 잇고 있다.

언양불고기는 언양에서 자라난 1등급 한우 암소만 사용된다. 언양불고기의 조리 방법은 간장, 설탕, 참기름 등 양념을 최소한으로 해서 석쇠에 구워 낸다. 가게마다 차이는 있지만 요즘에는 한우 암소 고기 본연의 맛을 살리기 위해 간장을 넣지 않고 소금과 육수를 사용해서 간을 하며 과일도 사용하지 않는다. 소금은 반드시 천일염을 사용한다. 천일염을 사용하였을 때 다른 양념이 없어도 맛을 더 풍부하게 해 주기 때문이다. 또한 고기를 굽는 숯은 백탄만 사용하고 있다. 백탄은 다른 숯과 달리 온도를 일정하게 유지해 주고, 일산화 탄소가 발생하지 않기 때문에 고기를 굽기 딱 좋은 숯이라고 한다.

26년간 울산광역시 울주군 언양읍 서부리에서 언양불고기 장사를 해 온 김용원은 말한다. “언양불고기는 한우 암소 맛을 제대로 전하기 위해서 암소 한 마리 전부를 먹는 느낌이 날 수 있게 다양한 부위를 섞어서 얇게 저며서 구워 내요.” 언양불고기는 다지지 않아 고기의 결을 고스란히 느낄 수 있고, 양념은 흐릿하게 잡아 주는 역할만 할 뿐 입 안 가득 한우 암소의 육향과 맛을 풍성하게 느낄 수 있다. 별미로 봄에는 제철 미나리가 같이 나오는데 곁들여서 먹으면 일품이다. 언양불고기는 최근 유행하는 바삭불고기가 아니라 우리나라 전통 불고기 형태의 명맥을 잇고 있는 울산 지역의 소중한 향토 음식이다.

[지역 음식은 그냥 탄생하지 않는다. 시장, 숯, 소금, 그리고 소]
지역 음식은 하늘에서 뚝 떨어지지 않는다. 지역 음식은 지역의 문화와 역사 속에서 탄생한다. 평양냉면의 유명세는 많은 미식가들의 입소문을 통해 퍼졌지만, 그 배경에는 평양 지역의 품질 좋은 평양우(平壤牛)와 집집마다 면을 만들어 먹던 지역 문화에 있다. 이처럼 언양불고기도 산업화의 영향으로 성장하였지만 그 배경은 언양의 지역 문화에서 찾을 수 있다.

언양불고기 맛의 요소는 품질이 뛰어난 한우와 숯, 소금에 있다. 언양은 이 세 가지를 모두 갖춘 지역이었다. 이 요소들의 연결점은 언양장에서 찾을 수 있다. 예로부터 언양읍에서는 오일장이 열렸다. 언양장이 언제부터 개시하였는지는 알 수는 없지만, 『삼국사기(三國史記)』에 따르면 이미 언양이 교통의 중심지였기 때문에 시장이 일찍이 형성되었을 가능성이 높다.

고려시대에 읍성이 축성되고 나서 내륙 지역의 많은 사람들이 소금을 구입하기 위해서 언양을 방문하였다. 오늘날 우리나라의 염전의 대부분은 서해와 남해에 밀집해 있다. 경상도 내륙에서는 바닷가인 울산 염전에서 소금을 구하였다. 그래서 울산으로 들어가는 길목에 위치한 언양장은 청도, 밀양 등 내륙 사람들로 북적였다. 언양장은 언양 사람들이 울산에서 소금을 매입해 와 내륙의 산물과 거래하던 장소였다. 언양 사람들이 울산 염전에서 소금을 무엇으로 구입하였는가 하면 바로 숯이었다.

울산 염전은 바닷물을 가두어 증발시켜 소금을 생산하는 천일염이 아니라, 소금 덩어리를 가마에 넣고 구워서 소금을 얻어 내는 자염을 생산하였다. 가마에서 소금을 굽는 데 필요한 것은 엄청난 양의 숯이었다. 언양 지역 일대에는 참나무와 떡갈나무가 풍부하였는데, 이를 구워 만든 숯을 울산 염전에 팔았다. 이것으로 소금을 구입해서 내륙 지역 사람들과 거래하였던 것이다. 숯과 소금이 언양장을 형성한 배경이 된 것이다.

또한 언양장에서 유명한 것이 울산광역시 울주군 언양읍 남부리 124번지 일대 동쪽에 위치하고 있는 우시장이다. 우시장에는 도축장이 함께 운영되고 있다. 언양은 우시장이 발달할 만큼 소가 잘 자라는 지역이다. 영남알프스라는 별명이 있는 신불산(神佛山), 가지산(迦智山), 간월산(肝月山) 등을 중심으로 두서, 두동, 산내 등이 소를 키우기 좋은 청정 지역이라고 한다. 실제로 울산의 도축 암소 1등급의 비율은 75%로 전국에서 제일 높다. 그만큼 육질이 뛰어나다. 언양불고기는 언양에서 자란 한우 암소를 사용하기 때문에 맛과 명성을 유지할 수 있었다.

이렇게 언양장언양불고기의 맛을 결정하는 요소들이 모이는 통로 역할을 하였다. 청정 지역에서 자란 질 좋은 한우가 좋은 숯과 소금을 만나 지금의 언양불고기가 탄생하게 되었다. 비록 지금 울산 염전이 폐전을 하여 자염을 구할 수 없지만 맛을 유지하기 위해서 언양불고기를 만들 때에 반드시 천일염을 사용하고 있다. 지역 문화를 담고 있는 지역 음식은 그냥 탄생하지 않고 지역의 역사와 삶을 기반으로 탄생한다.

[울산의 ‘맛과 삶’]
지역의 역사와 문화가 담겨 있는 지역 음식, 즉 향토 음식을 유지하고 지키려는 사람들이 있다. 언양불고기가 유명해지면서 많은 가게들이 생겨나고 사라져 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자리에서 맛과 전통을 지키는 사람들이 있다. 언양형제암소숯불고기 대표 김용원은 26년째 울산광역시 울주군 언양읍 서부리에서 장사를 하고 있다. 또한 언양불고기단지번영회장을 맡고 있다. 김용원은 언양불고기에 대한 자부심이 높았다. 언양불고기는 조리법에서 나오는 것이 아니라 좋은 재료에서 시작된다고 거듭 강조하였다. “장사를 할 때는 속이지 않고 진실하게 진심을 다해야 해요. 그래야 맛이 유지되고 손님들도 자연스럽게 진심을 알게 돼요. 그러면 시간이 지나도 손님은 끊이지 않고 찾아오는 거예요.”

언양불고기는 소를 사서 매일 도축장에서 직접 도축해 온 고기만 사용한다. 청정한 언양 지역에서 5~6년 자란 한우 중에서 초음파 검사를 통해 1등급 판정을 받은 암소만 엄선하여 도축한다. 그래야 고기의 적당한 식감과 본연의 맛이 난다. 특히 김용원은 한우 암소를 강조하였는데 거세된 황소[수소]보다 맛이 진하고 육질에서 단맛이 난다고 한다. 그래서 한우 암소를 사용하지 않으면 언양불고기가 아니라고 하였다. 언양한우불고기특구에 위치하고 있는 가게들은 모두 한우 암소만 사용한다. 보통 2~3년이면 다 자라는 거세한 황소보다 한우 암소는 두 배 가까이 더 키워야 하기 때문에 고기 원가가 비싸다. 하지만 암소를 고집하는 이유는 맛 때문이라고 강조하였다.

김용원은 언양불고기를 지키기 위해서 오늘도 바쁘게 뛰어다니지만, 요즘 장사가 쉽지 않다고 한다. 언양불고기가 성행할 때는 서부리 헌양길에 30곳이 넘는 언양불고기 집이 있었다. 그런데 지금은 언양 전체로 보면 언양불고기 가게가 60여 곳이 넘지만 서부리 헌양길에 언양불고기 가게는 16여 개로 줄어들었다. 언양이 발전하면서 부동산 가격이 오르자 집세를 유지할 수 없어 많은 언양불고기 가게들이 외곽으로 옮겨 갔다. 재료 가격도 높은데 집세까지 높으니 가게를 유지할 수 없었다. 음식 가격이 비싼 편이라 경기에 민감하여 불황 때는 판매 수익이 낮을 수밖에 없다.

요즘은 거세 황소를 사용하는 언양불고기 식당들이 늘고 있어서 걱정이 된다고 한다. 고깃집 입장에서는 암소보다 단가가 싸기 때문에 이윤을 많이 남길 수 있기 때문이다. 이뿐만 아니라 농가에서도 오래 키워야 하는 암소보다는 거세 황소를 선호한다고 한다. 그래서 농가와 갈등이 심하였던 적도 있었다. 김용원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언양불고기의 전통과 맛을 지켜야 한다고 이야기하였다.

언양한우불고기특구에 있는 언양불고기 식당들은 대부분 노포(老鋪)여서 낙후되어 보인다. 하지만 시골 할머니 집처럼 따뜻하고 정이 넘쳐 났고, 한 점의 고기에서 그들의 삶을 느낄 수 있었다. 가게를 운영하는 사람들이 대부분 고령이라 세련된 홍보나 마케팅은 없지만, 언양의 맛인 언양불고기를 지키기 위해서 매일 똑같은 오늘을 살고 있었다. 방문하는 고객들에게 좋은 재료와 한결같은 맛을 제공하기 위해 오늘 아침도 도축장을 나선다. 지역의 맛이 잊히거나 사라지지 않도록 많은 관심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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